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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기사

이탈로 칼비노


그런데 그는 무슨 짓을 해서든, 예를 들면 큰 소리로 명령하거나 분대장들처럼 욕을 하고 선술집에 모여 앉은 동료들처럼 다른 사람을 놀려 먹거나 욕지거리를 해 대면서라도 동료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수줍음을 가리기 위해 거만하게, 혹은 거만함을 가리기 위해 수줍게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인사말 몇 마디를 중얼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동료들이 자기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재빨리 몸을 돌리며 말했다.

"뭐라고?"

하지만 곧 아무도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모비딕

허먼 멜빌

이런 생각을 한 건 다들 식탁에 앉은 후였고, 나는 재미있는 고래잡이 이야기를 들을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이거 참 놀랍게도 거의 모두가 깊은 침묵에 잠겼다. 그것도 모자라 다들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아니,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엄청나게 큰 고래, 그것도 생전 처음 보는 고래를 수줍은 기색 없이 잡아 올리고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사투를 벌여서 죽이는 용맹한 바닷사람들이 직업도 똑같고 취향까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앉은 아침 식탁에서는 그린 산맥의 목장을 한 번도 떠나 본 적 없는 양 떼마냥 부끄러워하며 서로를 힐끔거릴 뿐이었다. 이 얼마나 희한한 광경인가! 숫기 없는 곰, 소심한 전사 같은 고래잡이들이라니!

호밀빵 햄 샌드위치

찰스 부코스키

늘 화장실이 급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워서 참았다.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한스는 사과나무 아래 이슬에 젖은 풀밭에 드러누웠다. 온갖 불쾌한 감정과 고통스러운 불안감, 혼돈에 싸인 상념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이 더럽혀지고, 모욕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내일 나는 어찌 될 것인가? 그는 너무나도 낙심하여 자신이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영원히 쉬고, 잠들고, 또 부끄러워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와 눈도 아팠다. 한스는 더 이상 걸을 힘조차 없었다.